추척도서는 아니지만...
"시간이란 늘 앞을 향해 흐른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아니, 알 필요 또한 없다.
세상에 있는 모든 당연한 일처럼
그것은 모두가 수긍하고,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하나의 당연한 법칙이니까.
하지만, 며칠 전 시간에 관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시간의 흐름'에 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영화의 제목은 말 그대로 'ABOUT TIME'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된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이다.
21세 생일때부터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은
그 능력을 이용해서, 자신과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간다.
그 능력을 이용해서 친구의 불행을 막아주고,
자신의 사랑을 찾고,
영화의 전반부는 이 능력을 꽤나 행복하게 묘사하고 있다.
과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능력일까.
하지만 결국 영화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시간을 되돌리는 일'의 모순점과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진정한 행복'은
시간을 돌릴 필요가 없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실현된다는
소중한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어찌보면, 풀리지 않는 문제의 답안지를
미리 들여다보는 것과도 같다.
답안지를 들여다보고 와서
'정답'을 기입하는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 내 모자란 선택을 바로 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행위는 짧은 순간이나마, 성공이라는 쾌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답안지를 들여다보는 행위는 문제의 정답을 가르쳐 주지만
결코 그 문제를 풀고 있는 나 자신의 발전을
불러올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한번 답안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다음 또 다음의 문제 역시 늘 그런 식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매번 100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또 다음의 문제집을 계속 넘길때마다
답안지에 의지하게 만드는, 피곤하고 피동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것은 꽤나 불행한 일이다.
내 삶이 무엇인가에 의해서
만들어지고(조작되고) 완성되는 것이니 말이다.
마치 짧은 순간의 기쁨(喜)과 즐거움(樂)은 있지만
결코 영원한 행복에 도달할 수 없는
임시적 방편(응급처치, 때우기)에 불과하다.
그럼 과연, 정말 행복해지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은 '시간'이 아닌,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외부적인 요소인 시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심 요소인 나 자신을 '변화' 시키고,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주어에 집중하자.
나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속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 자신' 스스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고,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그런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수천 수만의 '하루하루'를
매순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고된 의무와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먼저 시간을 되돌릴 필요가 없을 만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처럼,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하루하루, 아니 매순간을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선택(잘못된 선택 포함) 역시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가 시간을 되돌려야 할 이유나 필요 또한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의 시간보다,
앞으로의 시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후회나 아쉬움 따위가 아닌,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채워진 또다른 세상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세상이란,
'시간'과 '공간' 따위의 외부적 요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만이 만들 수 있고
지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가 바로 영원 불변한 행복 공식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작은 실수와 실패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
이런 행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시간을 되돌리는 일은
결국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할 필요 역시 없는 일이기도 하다.
시간은 그저 무대일 뿐,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어선 아니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인 셈이다.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완성하는 일.
이것은 어쩌면, 시간을 되돌리는 요행이나 마법보다
더 기적 같고,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