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 하는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모두 이야기하길 꺼려하지만, 그것에 대한 강한 인식들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희생자 비난하기' 경향은 강하게 남아있어 보이고, 심지어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경향도 있어보입니다. 왜 이럴까요? 물론 사회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한국 사회에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많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폭행에 뿌리 깊은 고정관념, 성폭행을 정당화하고 희생자 비난하는 도구일 뿐

성폭행에 대한 뿌리 깊은 고정관념은, 주로 성폭행을 정당화하거나 희생자를 비난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가장 좋은 예가, 옷을 야하게 입고 다녀서 성폭행 당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성폭행을 정당화 할 수 없는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성폭행에 근거를 마련해 주며, 희생자를 비난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왜 고쳐져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것에 대해 인식해서 성폭력에 대한 근거없는 이야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성폭행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다는 걸 알림으로써 이런 생각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입니다. 이 글들을 보면 그동안 우리가 성폭력에 대해 잘못생각해왔던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성폭력 문제가 심각해 질 때 까지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반성을 하게 합니다. 안그래도 요즘 인터넷을 보면, 이상한 동영상이 넘쳐나기 때문인지, 성폭행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회적 노력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여 안타깝습니다.

아시아인들은 성폭행에 대해 희생자 비난하기 경향, 우리의 자화상

예전 제가 읽는 논문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 논문의 핵심은 아시아인들은 성폭행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 이주해온 아시아인들과 미국인들의 성폭행에 대한 인식 비교를 한 결과, 아시아인들이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많은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아시아쪽 문화에서는 성폭행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게 남아있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마 이에 대해 부정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이 없을 것입니다.

이젠 확실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폭행에 대한 고정관념과 잘못된 인식을 을 깨버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래 글을 읽어보시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 관념들 때문에 성폭력 문제에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성폭력에 대한 '희생자 비난하기' 식의 접근에서 벗어나, 조금 더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성폭행에 관한 19가지 잘못된 생각들(Myth)
Myth 1. 성폭력은 나와는 무관하고, 나에게는 일어날 수 없다
□ Truth: 성폭력은 어느 특수한 계층이 아니라 때와 장소, 신분, 직업, 나이와 관련 없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Myth 2. 성폭력은 젊은 여성들에게만 일어난다.
□ Truth: 생후 만4개월의 아기부터 70세 이상의 할머니까지 분포되어 나이에 상관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Myth 3. 대부분의 강간은 낯선 사람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한다.
□ Truth: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은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하며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된 범죄가 많다.

Myth 4. 강간은 폭력이 아니라 조금 난폭한 성관계이다.
□ Truth: 강간은 성기라는 부분에 여성의 뜻과는 관계없이 가해지는 폭력이지 성관계가 아니다.

Myth 5. 성폭력은 억제할 수 없는 남성의 성충동에 의해 일어난다.
□ Truth: 남성 개인의 성충동이라기보다는 남성의 공격적인 성행동을 “남성다운 행동”이라고 조장하는 사회적 풍토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Myth 6. 여자들은 강간당하기를 바란다.
□ Truth: 누구나 사소한 성희롱이나 성추행에도 분노와 수치심을 느끼며 아무도 강간과 같은 폭력행위로 인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원하지 않는다.

Myth 7. 여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
□ Truth: 때리거나 흉기로 위협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와 수치심으로 저항보다는 무력해지기 쉽다. 극심한 위기상황에서 끝까지 저항하라는 것은 목숨을 걸고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다.

Myth 8. 강간범은 정신이상자이다.
□ Truth: 강간범 중에는 비정상적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외감, 열등의식, 분노 등을 힘이 약한 여성과 어린이에게 표출하고 있는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Myth 9. 여자들의 야한 옷차림과 행동이 강간을 유발한다.
□ Truth: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여성이 노출된 옷을 입었다고 해도 성폭력을 당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Myth 10. 여성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 말고는 성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 Truth: 여성 스스로 조심하는 것은 최소한의 임시방편일 뿐 적극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성교육이 실시되고 성폭력을 부추기는 성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적극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Myth 11. 이성교제 시에 성폭력이란 있을 수 없다.
□ Truth: 이성교제 시에는 다양한 성적인 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분명히 성폭력이다.

Myth 12. 남자는 성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Truth: 수적인 비율에 있어 소수이기는 하지만 그 실태는 더욱 복잡하다. 남성 피해자들도 심각한 정서적 혼란과 고통을 경험한다.

Myth 13. 아이들은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꾸미거나 거짓말을 한다.
□ Truth: 성폭력에 관해 거짓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성폭력의 경험이 없는 아동이 성적행동에 관한 상세한 지식을 알기는 어렵다.

Myth 14. 귀엽다고 어루만지는 것, 성기노출 등의 행동은 실질적인 성폭력이 아니며 아동들에게 별로 해롭지 않다.
□ Truth: 직접적인 형태든 간접적인 형태든 더 나이가 많은 사람에 의한 성적인 접촉은 성폭력이다.

Myth 15. 가해자는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지 못한다.
□ Truth: 알콜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든 아니든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고, 자신의 범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며 약물중독에 대해서는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Myth 16. 성폭력이 행해지는 동안 불평 또는 고통을 드러내지 않거나 신체적인 반응(쾌감이나 발기 등)을 한다면 성폭력이 아니다.
□ Truth: 성폭력은 그러한 행동이 신체적으로 좋은 느낌을 주든 그렇지 않든 범법행위이다.

Myth 17.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아동의 과실도 크다.
□ Truth: 성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지만 성인의 행동에 관해 아동이 책임질 수는 없다.

Myth 18.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에게는 눈에 띄는 상처가 남을 것이다.
□ Truth: 어린이에게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금품이나 선물, 놀이 등으로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성추행을 당한 경우 파열이나 치상이 잘 안 나타나며 쉽게 아물어 흔적이 없을 수도 있다.

Myth 19. 강간은 허위신고가 많다.
□ Truth: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화간을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실제 강간의 허위고소의 비율은 2%정도로 다른 범죄와 비슷한 비율이다.

성폭행에 대한 미신들, 깨버리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의 성폭행 막을 수 있어
이런 성폭행에 대한 미신들, 즉, 잘못된 생각들을 벗어던질 때, 우리는 성폭행을 줄일 수 있고, 억울한 피해자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성폭행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깨어버리는 일의 시작은, 위에 나열되어 있는 이런 생각들에 대해 다 같이 토론하고, 이것이 왜 잘못되었고, 어떻게 고쳐져야 하는지 이야기 해보는 것입니다.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많은 피해자를 줄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잘못된 생각들을 깨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이 사회는 잘못된 생각을 더 이상 공유하지 못할 것이며, 점차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부디,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빨리 깨어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 이상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