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면 깨닫는다...학교폭력 최선의 대책은 예방 교육\"
작성자 Admin 날짜 2013-12-10 조회수 2019
공감과 소통. 한국과 미국, 핀란드, 싱가포르의 학교폭력 전문가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한 키워드다. 전문가들은 가해학생 당사자에 대한 교육만으로 학교폭력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모든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의 기초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종합무역센터(COEX)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개발과 적용' 국제세미나가 열린 자리에서다.


어울림 교육으로 왕따 친구 이해


"공부 못 하는 아이와는 놀지 않았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친구의 장점을 알게 됐어요."


"왕따시켰던 친구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왕따를 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남 순천의 이수초 5학년 학생들이 어울림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써낸 소감이다. 이 학교 4, 5학년 180명은 지난해 7월 이틀간 몸을 사용하는 놀이와 미술치료 등으로 구성된 어울림 프로그램 교육을 받았다. 자신의 감정을 '감정온도계'에 그려넣고 그 이유를 설명하거나 큰 비닐봉지에 감정을 담아 펑 터뜨리는 놀이 등은 친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상담전문가와 심리학 교수들로 꾸려진 전문위원과 카운슬러 중 일부는 이후에도 꾸준히 학교를 찾아 개인상담 등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수초에서 집단상담을 하는 반민철 상담사는 "기본적으로 학교폭력은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며 "함께 하는 놀이 등을 통해 쌓아둔 감정을 발산하고, 친밀감을 높여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6월부터 전국 50개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적용한 데 이어 내년에는 1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어울림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김상인 성결대 교수(전문위원장)는 이번 국제세미나에서 "발달단계상 청소년기에 취약한 공감능력의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효과적인 집단상담 프로그램이며,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여한구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일부 문제학생 중심의 기존 프로그램과는 달리 전체 학생들이 참여해 학교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요주의 아동과 기존 아동 간 위화감을 줄이고, 서로 이해를 돕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수초의 한 교사는 "학급 내 사소한 갈등이 많았고, 쉬는 시간마다 '누구랑 싸워요' '누가 괴롭혀요'하면서 이르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어울림 프로그램 실시 후 갈등이 사라졌다"고 소감을 써냈다.


공감 능력 높여 학교폭력 예방


두 번째 발표자 도로시 에스펠라지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학교에 기반한 폭력 예방 프로그램 '세컨드 스텝(Second Step)'을 소개했다. 에스펠라지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학교폭력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학교와 삶 전체를 살아가기 위한 자기 인식과 자기 관리 기술, 즉 사회정서적 학습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의 기분과 관점을 이해하고, 개인ㆍ집단간 유사점과 차이점을 인식하는 기술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4~14세를 대상으로 하는 세컨드 스텝 프로그램 역시 놀이와 역할극 등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이다.


1990년대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핀란드는 '키바 코울루(핀란드어로 '좋은 학교'라는 뜻)'라는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학생에게 학교폭력 예방 토의 수업, 비디오 영상 수업, 컴퓨터 게임, 역할극, 소규모 그룹 활동 등을 교육시키는 것으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30%가 줄었다. 사나 허카마 투르쿠대 선임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법 제정 등 다양한 학교폭력 대책이 나왔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학교폭력은 예방이 최우선임을 국가적 차원에서 발표하고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은 핀란드 정부와 투르쿠대가 만들어 2006년부터 핀란드 학교의 90%에서 도입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싱가포르의 자스민 심 국립교육원 교수는 "인성과 시민의식 교육을 통해 학교폭력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담임교사와 학생간에 충분한 상호작용 시간을 제공하는 담임교사 지도 기간 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2013. 1. 14 권영은 기자]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301/h201301142014252195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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