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가해자 늘어...채팅 앱이 \'진원지\'
작성자 Admin 날짜 2014-02-04 조회수 1100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


아동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에 드러낸 김부남 사건이 일어난 지 22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동성폭력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집에서 잠자던 7세 여아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 학교에 등교하던 초등 1학년 나영이(가명)를 성폭행한 뒤 중상을 입힌 조두순, 경남 통영에서 10세 여아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점덕….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 이들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성폭행범이 바로 아는 사람이거나 이웃집 아저씨였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지난해 상담 분석 결과 친족, 친인척에 의한 성폭력은 만8∼13세 어린이의 경우 전체 144건 중 75건(52.1%), 만7세 이하 유아는 60건 중 30건(50.5%)으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가 어린이는 10건, 유아는 5건에 불과했다. 가해자는 동네나 학교, 유치원, 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최지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사회적 관계망이 많지 않은 아이들 가운데 친족이나 친인척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면식범에 의한 성폭력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성인 역시 직장 내 성폭력이 모든 유형 중 가장 많다”고 말했다.


아동성폭력은 ‘영혼의 살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 손님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열두 살에 할머니 집에서 삼촌에게 성폭행당한 너울씨는 그의 책 ‘꽃을 던지고 싶다’에서 “아직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다”며 “1년에 서너 번 응급실에 실려 간다. 일상의 대부분을 트라우마가 지배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외도와 가정폭력을 일삼았고, 집은 지독하게 가난했다. 너울씨는 “내가 여자라기보다 가난해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며 “가난할수록 성폭력에 취약하다는 것은 성폭력이 단순히 성의 문제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 가해자가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부모 방임과 음란물 노출을 꼽았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졌고, 야동(음란 동영상)을 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야동에 탐닉하면서 성을 단순히 놀이로 여기다보니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해졌다. 박혜영 서울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부소장은 “가해자 부모가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데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피해자 가족과 갈등이 커지곤 한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 채팅 앱도 성폭력의 진원지다. 채팅을 통해 만나 술을 마신 후 여자아이가 만취한 상태에서 준강간하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아동성폭력의 사각지대다. 교사들은 또래 성폭력이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법적 수사 대상이 되지 않아 자꾸 덮으려고 해서 갈등이 심해진다. 국제유치원에서 다른 나라에 살다 귀국한 한 여자아이를 화장실에서 남자아이가 돕는다며 수차례 질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사건도 있었다.


학교폭력이 성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때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남학생인 사건이 많다. 아이를 때리고 따돌릴 뿐 아니라 성적 학대를 하는 식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가 초·중학교 남자 선배에게 항문성교를 강요당한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아동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법적으로 엄중히 처벌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 판결에선 감형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 부소장은 “증거가 없고 피해자 진술밖에 없을 때 판사가 성인 가해자에 대해 같은 남자라는 이유로, 혹은 변호인에 대한 전관예우로 더 믿어주더라.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제외하곤 힘센 법무법인을 선임하면 최대한 형을 줄여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 측 변호인이 법정에서 “좋아서 한 것 아니냐” “왜 빨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도 한다. 그는 “사법부가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 아동성폭력 교육을 최우선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며 “그 다음이 공판 검사다. 피고인과의 법적 다툼을 귀찮아하는 공판 검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동성폭력 가해자 처벌과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미성년 가해자가 면식범인 경우 되레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박 부소장은 “미성년 가해자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집단으로 피해자 가족을 괴롭혀서 피해자가 한국을 떠나는 일까지 있다”며 “미성년 가해자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신문, 2013. 3. 12. 박길자 기자]

http://www.womennews.co.kr/news/56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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